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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본분을 다한 소
등록자 루지 등록일자 2018.08.21
IP 220.83.x.146 조회수 159

이제 물 먹기를 거부한 소들은 모두 떠나고
‘스스로 물 먹기를 작정한’ 소들만 몇 마리 남았다.
물을 거부하며 ‘스스로 병을 얻기로 작정한,’
‘스스로 재발하기로 작정한’ 소들은 슬그머니 강가의 반대편으로 떠났다.

그렇다고 그들이 갈증을 해결해서 물가를 떠난 건 아니다.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주며 물 먹기를 권유하던 보살 같은 소들이 떠났고,
위로와 동정이 사라진 물가에서 더 이상 서성거릴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물을 마실 거라 생각하며 어렵사리 물가까지 소를 데리고 온 소 주인들은
뒷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실망한 표정으로 넋두리한다.
'아, 정말 소를 물가에 데려올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구나!'

‘그건 자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스스로 병을 얻기로 작정한 소들을 고칠 수는 없는 법이라네.'
'그런데 말이야, 스스로 병이 낫기를 작정하며 물을 먹는 소들도 뜯어 말릴 수는 없는 것 같아.’
‘누가 권하지도 않았는데 벌컥벌컥 물을 먹는 저 소의 눈빛을 보란 말이야.’
‘스스로 물 먹기로 작정한, 스스로 병이 낫기를 작정한 저 소의 태도를 보란 말이야.’
‘갈증을 해결하고 초원으로 돌아가는 저 소는 분명 초원의 환경을 탓하지 않을 걸세.’
“자신의 본분을 다한 저 소는 세상에 불만 따위는 품지 않는다고 확신하네!”


  ▷ 의견 목록 (총2개)
Icon아오스딩
몇번을 읽으니까요! 단주 생활을 표현하신 글이네요~ 멋진!!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2018-09-13 08:41:52
Icon사춘기
소 얘기가 나오니 반갑네요^^
루지님, 잘 지내고 계시죠?ㅎㅎ
저도 지금 제 본분을 다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ㅜㅜ
2018-08-23 09: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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