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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등록자 루지 등록일자 2019.02.22
IP 118.44.x.223 조회수 60

‘그분’이 다녀가셨다.
두 분은 각기 다른 시간에 나를 방문하지만 때론 동시에 들이닥치기도 한다.
잔잔한 내 가슴에 부정의 파문의 돌을 던지며 나타난 그분의 이름은 ‘어둠의 여왕’이고,
때로는 ‘멀리하기엔 너무 가까운 당신’이라고도 부른다.
그분이 나를 방문하면 금세 거리가 너무 가까워져 ‘고도의 갈등’이 곧장 일어난다.
‘갈등과 분쟁은 너무 가까워서 발생한다.’더니 꼭 맞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선 상호간의 잘잘못을 따진다는 게 무의미해질 때가 많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그분이 격하게 나를 밀착해도 서로 깍듯이 예의를 갖추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 결국은 나의 곁을 떠나고 평온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묘하게, 때로는 무자비하게 밀착해오는 그분의 예민한 정서적 촉수에
깍듯이 예의를 갖추며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어둠의 여왕, 그러니까 ‘멀리하기엔 너무 가까운 당신’과 상반되는 그분의 이름은
‘기둥공주’이고, 나는 그를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고도 부른다.
이름이 뜻하는 바와 같이 그분은 기댈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다.
그분은 태어날 때부터 기둥공주였고 또 그렇게 에너지가득하게 생겨먹었다.
그분은 천성적으로 기둥공주 기질인지라 힘들거나 외롭고 지칠 때면
언제어디서라도 기대고 의지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은 그분에게 기댈 때 ‘건강하게’의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둥공주는 의학공부를 많이 한 터라 ‘건강한 의지’인지 아닌지를 금방 알아내곤 한다.
건강한 의지의 특성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적당한 거리와 상호존중이 기초가 아닐까?

이 두 분의 모습과 특성은 서로 상반되지만 간혹 똑같은 파장의 파문을 일으킬 때가 있다.
바로 이 분들을 처음 만날 때와 헤어질 때 느끼는 나의 감정과 마주하는 순간이다.
사실, 좋든 싫든 사람은 만나면 헤어지는 법이다. 그분들이 나에게 어둠의 여왕이고
기둥 공주였듯이,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어둠의 여왕이고 기둥 공주였으리라.
중요한 건 그들과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살다가 헤어지느냐이다.
 
단주를 처음시작하고 지금까지 많은 여왕과 공주를 만났지만 그들과의 이별은
한결같이 아쉬움과 감사의 감정으로 중첩된다. 다시 말해 어둠의 여왕이나
기둥 공주나 나에겐 똑같이 기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표면적 느낌만으로는 어둠의 여왕이 기둥공주보다 친근하고 평온할 수 있겠지만
삶에는 특히 ‘단주적 삶’에는 평온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삶의 불행과 과제는 나를 힘들게 하지만 끝내는 그 불행들에게조차도
건강하게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삶이 더 재미있고 가치 있지 않을까?
나는 여왕과 공주, 불행과 행복이라고 부르는 것들 모두 다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나에게는 “삶”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삶 속에 존재하고 싶다.

어둠의 여왕님! 기둥공주님! 그동안 폭신하고 편안한 어깨 빌려줘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몸은 거리를 유지하되 마음은 항상 건강하게 기대고 의지하며 단주하겠습니다.
누가 뭐래도 당신은 태생적으로 폭신하고 건강한 어깨의 소유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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